• 붉은 수돗물의 원인, 수도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 1020호 | 2019.08.14 10:31 | 조회 1711 | 공감 0


    지난 5월 말 인천에서부터 시작되어 큰 혼란을 일으킨 ‘붉은 수돗물’ 사태.


    이른 시일 내로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서울 문래동과 경기도 안산 등지에서까지 붉은 수돗물이 나오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남겼다. 

    그런데 서울시 수돗물은 지난 2008년에 미국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2년 뒤인 2010년에는 세계물협회가 주는 물산업혁신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단 8, 9년 사이에 도대체 어떤 문제가 발생했기에 그동안 세계적 품질을 자랑하던 우리나라 수돗물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아무래도 제일 먼저 의심이 가는 곳은 수도관일 수밖에 없다. 수도관은 어떤 소재로 이루어져 있으며, 적절한 교체 시기는 어느 정도일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수도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알아보자.




    ※ 수도관 재질의 변화



    수도관은 위생성이 우수하고, 내식성(잘 부식되지 않는 성질)이 강해야 한다. 관 내부로는 사람들이 마시고 씻는 식수를 공급하고, 외부로는 토양이나 시멘트 등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과거 널리 사용된 수도관은 아연도강관이다. 하지만 이 관은 여러 가지 단점을 갖고 있었다. 아연 이온이 수돗물을 오염시켜 물이 탁해지는 현상을 일으키거나, 부식이 잘 일어나 누수가 일어난 틈으로 유해 물질이 유입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연도강관은 지난 1994년부터 건축물 수도관으로의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대신에 녹슬지 않는 수도관이 의무화되면서 동관이나 스테인리스강관 등으로 수도관 재질이 바뀌었다.
    동관은 내식성이 비교적 우수하고, 가공성 및 연결 작업성이 우수하여 아연도강관 사용이 중지된 직후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물과 접촉하면 동이온 용출이 발생, 푸르스름하게 변하면서 위생성을 저하한다는 이유로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반면 스테인리스강관은 물을 만나면 관을 보호해 주는 부동태 피막이 형성되기 때문에 내식성과 위생성이 매우 우수하며, 점차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강도가 동관보다 높고, 압력에 대해 견디는 힘이 강해서 두께를 현재의 수도관보다 얇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경량화도 가능하다.
    수도관 재료의 경량화가 가능해지면, 시공 시 작 업이 편리해지고 가공비용도 저렴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반적으로 관의 두께가 얇으면 외부 압력과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스테인 리스강관은 강도가 높아서 두께를 얇게 만들어도 내압성과 내충격성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온의 수돗물에서 스테인리스 강관의 부식 속도는 동관과 비교해 약 1/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80℃가 넘는 고온의 수돗물에서도 부식 속도가 동관의 1/10 정도여서 우수한 내식성을 자랑한다.
    이처럼 뛰어난 성능을 가진 스테인리스강관이지 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장 작업자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스테인리스강관 연결 조인트의 품질이 불량해서 물이 쉽게 샜기 때문. 또한 스테인리스 강관의 이음부에서 부식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생겼는데, 최근 개발된 용접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소식이다.







    ※ 스테인리스강 사용하면 교체주기 대폭 늘어나



    서울시는 문래동 수돗물 혼탁수 문제와 관련하여 노후된(오래된) 수도관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노후관에 쌓여 있는 퇴적물 때문에 혼탁한 물이 발생 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노후 수도관을 교체하여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수도관의 교체 주기는 어느 정도일까? 재질에 따라 수명이 다르기는 하지만, 아연도강관은 30년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 가들의 의견이다. 부식 자체도 문제이지만, 부식으로 인한 누수 피해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수도관 누수로 인한 물 손실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골칫거리로, 심지어 일부 도시는 정수 처리된 물의 40% 이상이 수도관 누수를 통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 수도관을 하루속히 스테인리스강관으로 교체하는 것이 정답이 지만, 문제는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스테인리스강관은 단가가 높아서, 다른 소재의 수도관들보다 초기 투자비용이 높다.
    하지만 초기 투자가 아닌 전체 수명주기의 관점에서 본다면, 스테인리스강관으로의 교체를 서두르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인 것도 사실이다. 설치 이후 유지 보수 및 수리가 거의 필요 없어 수명주기 전체 비용이 타 소재보다 현저히 적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스테인리스강관의 수명 주기에 대해 업계는 100년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수도관을 교체한다면 21세기가 아닌 22세기 초쯤이 돼서야 다시 수도관 교체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재질의 수도관이든지 시간이 지나면 오염물질이 자연스럽게 쌓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인 교체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 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교체 기간이 지났다고 무조건 파낼 것이 아니라, 관로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보수할 수 있는 기술을 먼저 개발해야 비로소 안전하면서도 깨끗한 수돗물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본 콘텐츠의 내용 일부는 신문에 맞추어 수정됐습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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